어젯밤, 늦은 시간에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모르는 주소에서 온 택배라 " 혹시 우리 집에 온 게 맞나? " 하고 몇 번을 확인했다.
보내온 사람의 성은 낯잊었지만, 이름은 잘 모르겠더라.
일단 현관 안으로 들이고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열었는데 라인이 와 있다.
낮에 온 라인.
" 키미짱!오늘 저녁쯤 택배 하나 도착할 거야.
우리 언니가 보내는 거니까 받아둬. 혹시 필요 없는 거면 나한테 다시 연락 줘. 미안해 "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깡순이친구 엄마에게서 온 라인이었다.
얼마 전, 집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과일도 비싸고, 쌀값이 너무 올랐다"라고 서로 푸념했던 대화였는데...
세상에.. 그걸 기억하고 일부러 시골에 있는 가족에게 우리 집으로 택배를 보내달라 한 것.
너무 감동이야
택배 상자가 묵직했는데, 그 안을 열어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감, 사과, 키위, 샤인머스캣, 그리고 쌀까지!
정성 가득한 사랑이 느껴지는 선물꾸러미 었다.
그 순간, 수취인 불명이었던 택배가 " 사랑 싣은 택배"로 바뀌었다 ㅎㅎ
늦은 시간이라 택배 받았다고 내일 낮에 전화할게라고 나도 답장을 남겨두고
오늘 낮에 전화를 걸었다.
시골에 사는 친구의 언니네 집에 키우는 감나무인데 모양은 좀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며,
언니랑 통화하다가 내 생각이 나서 말했더니 우리 집으로도 바로 보내준다고 한 거라고
다 아주 좋은 품질은 아닐 테지만 먹을만할 거라고 했다.
" 아니 아니 무슨 소리야. 이렇게 일부러 생각해 준 것만으로도 나 너무 감동인데 ㅠ.ㅠ "
마음이 뭉클하고, 벅찬 기쁨에 눈물이 핑 -
사랑 싣은 택배 덕분에 또 이렇게 친구와 전화로 수다도 떨고 또 곧 만날 약속을 정했다.
아이들끼리는 유치원 때도 깡순이랑 같은 반도 딱 한번 하고, 지금도 학교가 달라 자주 못 보는 사인데
엄마들이 더 친해져 같이 카페도 가고 런치도 하고 마음이 힘들 때 고민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누군가와 나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너무 고맙고, 행복한 마음에 벅찼다.
박스 안에 있던 감은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두었고, 유리병도 열탕 소독해서 준비해 두었다.
블로그를 올리고 나면 이제 차곡차곡 쌓아 넣어 감식초로 만들 예정.
양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 년 후에는 이 감식초도 친구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 싣은 택배 덕분에 하루가 얼마나 따뜻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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